우리술 칼럼

혼술과 전통주 2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7-12-29
  • 조회수 6812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알지 못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 말은 요즘 전통 주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불현듯 주변을 둘러보니, 전통주 전문점이 어느새 정말 와르르 생겨났다. 전통주가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기존의 ‘주점’들이 전통주 전문점으로 보일 정도로 전통주 라인업을 빽빽하게 구축한 경우도 있고, 근사한 인테리어로 새로 문을 여는 야심 찬 전통주 전문점도 많아졌다. 모던 한식 전문점 역시 전통주로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헌데 역시나 혼술이 취미인 나는 어느 가게에서 전통주 혼술을 따라야 덜 외롭고 덜 어색할까에 대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최근 문을 연 전통주 주점에서 쏟아지는 한 줄기 ‘혼술’의 광명을 발견하고 속으로 환호성을 외쳤다.         강변북로에서 마포대교 북단으로 빠지자마자, 자그마한 한옥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삼씨오화’라는 이름의 전통주 주점이 나온다. 12 1일 처음 문을 열고 점심, 저녁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곳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전통주점답게 재미있는 공간이 눈에 하나 띈다. 가게 한쪽 구석에 길게 뻗은 바 자리다. 혼자 방문한 손님이라면 이곳에 앉아서 안주와 전통주 한 병을 올려 놓고 넷플릭스를 보며 술을 마셔도 좋고, 책 한 권을 쪼개 읽으며 시간을 보내도 좋을 곳처럼 보였다. 삼씨오화는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수업을 듣던 박경삼 대표와 오화진 대표가 힘을 모아 차린 곳이다. 이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우리술빚기 과정을 들으며 배웠던 술에 대한 이해, 주점 운영에 대한 전략 등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중이다. “손님들에게 전통주 양조장에 대한 얽힌 이야기를 해주면 생각보다 흥미로워 하세요. 전 손님들에게 이런 스토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오화진 대표는 홀에서 손님들과 교류하고, 박경삼 대표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손님들이 음식과 전통주를 너무 까다로운 기준으로 페어링하지 않아도 되는 전통 주점이 되고 싶어요.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이 있다면 편하게 즐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어떤 술에도 착착 붙는다. 목살구이, 해물파전, 닭볶음탕, 군만두에 계절에 맞춰 굴보쌈이나 도루묵찌개가 나오기도 한다. 한 접시에 막걸리 한 병이면 혼술 족에겐 축제나 다름없는 양이다. 냉장고에 가득한 전통주의 구색도 흥미롭다. 단맛이 있으면서 향이 진하고 싶은 술 위주로 준비했고 우리술빚기 과정을 졸업한 동문들이 만든 술은 빼놓지 않고 갖췄다. 운영이 좀 더 안정되면 바텐더를 초빙해 바에서 전통주 칵테일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해볼 계획이 있다고 한다. 삼씨오화에는 싱글 몰트위스키도 판매하고 있어서 혼자만의 축제의 마무리는 위스키 한잔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다.    

전통주 중에서도 증류주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바’ 형태를 갖춘 전통 주점도 갈수록 흥미로워진다. 역삼동 ‘작’의 인테리어는 얼핏 보면 일반 칵테일 바와 비슷하다. 기다란 바에 앉아 40도에 달하는 증류주 한잔을 기울이는 건 겨울과 잘 어울리는 낭만이다. 물론 혼자 술 잔을 기울여도 자연스러운 그림 그 자체다. 한잔씩 잔으로 시킬 수도 있어서 서로 다른 종류도 두 세잔 맛볼 수도 있다. 날씨가 추울수록 전통주가 당기고, 전통주가 생각날 땐 주저없이 찾을만한 혼술집도 많아지는 듯 해서, 해가 지면 술 생각에 가슴이 뜨뜻해져온다

               

글 : 손기은(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