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 따뜻한 술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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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8-01-12
- 조회수 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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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외국술] 따뜻한 술 한 잔 모주, 뱅쇼, 핫토디, 허브 리큐어, 에그노그
감기에 걸렸다. 으슬으슬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더니 이내 코를 훌쩍거린다. 간질간질했던 목이 금새 칼칼해지더니 마른 기침을 쉼 없이 해댄다. 줄줄 흐르는 눈물 콧물 덕에 정신까지 멍해진다. 영혼이 살며시 분리되는 느낌이랄까. 이 와중에 이상하게 술이 당긴다. 술꾼은 술꾼만의 치료 방법이 있다고 했다. 술도 마시면서 감기도 잡을 세계 각국의 민간 요법이 궁금해졌다. 역시나 다양한 방법이 존재했다.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방법은 데워 마시는 와인, '뱅쇼(Vin Chaud)'다. 프랑스에서는 감기 걸렸을 때 민간 요법으로 뱅쇼를 즐겨 마신다.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의 '뱅쇼'는 와인에 오렌지, 사과 등 제철 과일을 넣고 계피와 꿀을 넣어 끓여 마시는 겨울 대표 음료다. 제철 과일의 풍부한 비타민이 와인에 진하게 스며 들어 한 잔 마시고 나면 한결 가뿐한 느낌이 든다. 이미 유럽 전역에서 즐겨 마셔 독일에서는 '글루바인', 북유럽에서는 ‘글뢰그’, 미국에서는 '뮬드 와인'이라 불린다. 우리나라도 데워 마시는 술, 모주(母酒)가 있다.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계피, 배 등 따뜻한 성질의 약재들을 넣고 은근하게 끓인 술로 약재의 풍미와 부드러운 단맛을 지녔다. 끓이는 과정에서 알코올 성분이 증발되면서 도수가 낮아진다. 술 맛은 부드러워지고 향기는 풍부해지고 약재의 영양은 더해진다.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된 콩나물 해장국 한 그릇에 따뜻한 모주 한 잔은 감기 기운은 날려버리기에도 그만이다. 일년 내내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스코틀랜드에서는 원기 회복이나 감기 예방을 위해서 따뜻한 칵테일 '핫 토디(Hot Toddy)'를 오래 전부터 즐겨 마셨다. 따뜻한 물이나 홍차를 위스키와 1:1로 섞은 후 꿀 한 스푼을 넣어주면 끝. 기호에 따라 레몬 슬라이스나 시나몬을 곁들여서 즐긴다. 포르투갈에서는 뜨거운 우유에 브랜디를 넣은 ‘밀크 드링크’를 즐긴다. 우유를 데운 후 브랜디와 레몬즙, 시나몬을 섞어 마시며 감기를 이겨낸다.

핫토디
다양한 허브를 넣은 허브 리큐어(약초술)도 겨울철 감기 완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프랑스 리큐르 ‘베네딕틴(Benedictine)’도 감기 기운이 있을 때 한 잔씩 마시는 약용주로 사용되고 있다. 베네딕틴은 1510년경 북부 프랑스의 베네틱트 사원에서 수도사들의 원기를 북돋기 위해 만들어진 술로 샤프론, 계피, 민트, 알로에 등 27종의 다양한 향료와 약초로 만들어졌다. 다양한 허브 향과 벌꿀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으며 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다. 감홍로나 송화백일주 등 다양한 한약재가 들어간 술도 추천한다. 감홍로는 추운 지방 평양의 술인 만큼, 계피, 생강, 정향, 감귤, 진피 등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약재가 많이 들어 있다. 이 술은 혈을 뚫고 기를 세우며 장을 보호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준다고 하여 이북지역에서는 상비약으로 쓰였다고 한다. 한 모금 마시면 각각의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약재의 그윽한 향과 함께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져나간다. 특히 과거 평양에서는 감홍로에 내포중탕을 곁들여 마셨는데 뜨끈한 국물과 고기, 약용 술 감홍로로 몸을 따뜻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송화백일주는 국내 유일의 사찰 법주로 ‘곡차’라고도 불린다. 모악산 800m 고지의 절벽 아래 수왕사에서 수행하는 승려들의 병을 치료하고 기(氣)를 충전하는 술이었다. 찬바람 도는 산중의 얼음장 같은 마루나 바위에 앉아 경선을 했던 스님들은 냉병, 위장병, 고산병을 송화백일주 한 잔으로 다스렸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송홧가루를 비롯해 솔잎, 산수유, 오미자, 구기자 등 각종 한약재를 사용하여 만든다. 은은한 한약재의 향이 깔려 있으며 위스키를 마시는 듯 묵직한 부드러움이 입 안 가득 느껴진다.

송화백일주의 재료 (다양한 한약재)
추운 겨울 영양을 보충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즐기는 칵테일, 에그노그(eggnog)도 있다.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즐겨 마시는 겨울 음료다. 달걀에 설탕, 우유나 크림을 잘 혼합한 후 위스키나 브랜디 등의 기호에 맞는 술을 섞어 만든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자신만의 레시피로 에그노그를 손님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에그노그
약이 되는 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많이 마시면 오히려 몸이 상한다. 찬바람에 지친 어느 저녁, 따뜻한 술 한 잔으로 따뜻하게 몸도 녹이고 지독한 감기에서 벗어나보는 건 어떨까.
글 : <대동여주도 콘텐츠 제작자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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