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황금개띠 해 기념 황금주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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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손 에디터의 좌충우돌 술 빚기 3탄 황금개띠 해 기념 황금주

    2018년은 무술년이다. 무술년의 '무(武)는 웅장한 흙산을 뜻하고 그래서 노란색이나 황금색을 상징하기도 한다. 술(戌)은 열두 간지 중열한 번째 동물인 개다. 올해를 ‘황금개띠’라 부르는 건 그런 까닭에서다. 황금개띠해에 처음 빚는 술. 어떤 술이 좋을까 새해 들어 레이블에 금색이나 강아지 캐릭터를 그려 넣은 와인이 주목받고 있다는데, 우리 전통주에도 못지 않게 황금개띠를 기념할만한 훌륭한 술이 있다. 이름부터 ‘황금주’, 밝고 맑은 금빛이 도는 기분 좋은 술이다. 달큰한 금빛을 호로록~상상만으로도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황금빛 술을 호로록~ 부자됩시다 술은 결정했지만 담그는 게 낭패로세. 전통 술 제법에서 황금주는 이양주다. 1탄에서 살짝말해 두었지만 우리술은 밑술에 덧술을 거듭하는 방식으로 담근다. 덧술할 때마다 발효가 다시 왕성하게 일어나며 알코올을 만들어내고 술에 깊은 풍미를불어넣는다. 덧술 없이 밑술을 발효해 바로 거르면 한 번에 담그는 술 ‘단양주’고, 밑술에 덧술을 한 번 더할 때마다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오양주로 오름차순 한다. 내가 처음 도전한 술도 당연히 단양주다. 한 번의 노력으로 뚝딱 내 술이 생긴다니 타고난 곰손에겐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지. 하지만 어느덧 때는 오고 말았다. 다음 스텝 ‘이양주’에 도전하는 떨리는 순간 말이다. 다행히 나의 술 빚기 실력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늘었다. 더욱이 황금주는 다양한 술 제법 가운데 가장 간편하다는 범벅으로 밑술을 빚는다. 쌀가루에 팔팔 끓는 물을 부으면서 잘 개어주기만 하면 된다니 은혜롭기 짝이 없다. 허나, 무엇 하나 수월치 않은 초보 주모에게 이 또한 녹록치 않은 길. 물이 끓을 때 재빨리 붓고 섞지 못해 쌀가루는 설익기 일쑤였고, 언제쯤 덧술을 해야 할지 몰라 술독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열고 닫고 했다. 술 선생님이 그러면 안 된다 하셨는데 어쩌나. 황금개띠해를 기념하는 술을 빚겠다고 나섰지만 개처럼 발발 거리다 끝나는가 했다.   두 번에 걸쳐 이룩하는 술, 이양주 음식이 그렇듯이 술도 정성이 반이다. 지금 나의 냉장고에서는 얼추 금빛을 ‘닮은’ 술이 생겨나고 있다. 비록 옛 문헌이 기록하듯 맑고 영롱한 금빛과 달고 개운한 맛은 기대할 수 없어도 여하튼 황금주다. 내 마음대로의 황금주다. 어서 빨리 익어, 어서 빨리 걸러, 어서 빨리 가라앉혀 맑은술을 떠야지. 황금개띠해에 황금주를 빚어 마시는 감격이란! 아차, 발효와 숙성이 중요한 술은 그래서 기다림의 미학이라 했다.초보 주모! 침착해~ 침착해~         PRE 재료를 준비합니다 밑술멥쌀 600g, 누룩 200g, 밀가루 45g 덧술찹쌀 2kg 우리술은뜻밖에 재료가 단출합니다. 좋은 쌀과 누룩, 물만 있으면 되지요. 누룩을 넣을 때 밀가루를 섞기도 하는데요, 밀가루는 발효를 좀 더 안정적으로 이끌어줍니다. 저 같은 초보 주모가 이양주 이상의 고난도 술을 빚을 땐 감사한 존재죠. 다만, 발효 도우미로 쓸 뿐 술의 기본인 쌀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밀가루는 누룩 양의 30% 안팎으로 글루텐이 적은 박력분을 지켜 쓰세요.       STEP 1 불린 쌀은 가루 내요 멥쌀은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씻고 헹궈 물에 담가 하룻밤 불립니다. 체에 받쳐 한두 시간 물기를 뺀 다음 분쇄기에 넣고 곱게 갈아 가루냅니다. 박력분처럼 아주 곱디곱게 갈아주는 게 포인트! 그래야 범벅을 만들었을 때 매끈매끈합니다. 이쯤이야 이제 일도 아니지요. 므흣~       STEP 2 끓는 물을 붓고 범벅 쌀가루에 팔팔 끓는 물을 붓고 개어줍니다. 히잉~ 어렵습니다. 겁 많은 ‘늙은 소녀’는 끓을 때 쏟아붓지 못하고 주춤거리다, 결국에는물이 충분히 뜨겁지 않아 범벅에 하얀 쌀가루가 드문드문 남았답니다. 쌀이 덜 익으면 술에 생쌀 특유의 냄새가 스미니 물은 반드시 팔팔 끓을 때 넣어줘야 해요. 그래도 범벅은 다양한 술 제법 가운데 유일하게 쌀을 직접 불에 올리지 않는 방법입니다. 간편하지요. 늙은 소녀의 얼토당토 않은 여린 마음과 곰손을 탓할 수밖에요.     STEP 3 누룩 밀가루를 섞어요 누룩과 밀가루는 분쇄기에 넣고 함께 갈아줍니다. 범벅은 실온에서 식히고요. 지금이에욧! 범벅에 갈아둔 누룩 밀가루를 쏟아 붓고 골고루 섞어줍니다. 마른 가루가 범벅에 묻혀 다 사라질 때까지 쉬지 않고 주걱을 저어야 합니다. 금빛 술 황금주를 마시기 위해서라면 이쯤이야.       STEP 4 술독에 안치면 밑술 끝! 술독에 퍼 넣고 가장자리를 깔끔하게 정돈합니다. 범벅은 발효도 빠릅니다. 이틀이면 얼추 마무리되는데요, 물 양이 많아 그렇답니다. 제 술 선생님 진향우리술연구원 안진옥 원장님이 “여유 공간이 촉매제가 되고...” 등등의 이유를 설명해주셨는데, 들을 때는 “아아~” 했지만 돌아서서 금세 잊어버렸습니다. 아직은 내공이 많이 딸리는 초보 주모라서요.       STEP 5 고두밥에 밑술을 쑤와~ 찹쌀로 고두밥을 짓습니다. 어느 정도 식었을 때양푼에 담고 손으로 덩어리를 펼쳐가며 마저 식힙니다. 온기 하나 없이 완전히 차갑게 식으면 밑술을 술독채 들어 아낌 없이 부어줍니다. 벌써부터 군침이 도니 아~ 이 일을 어쩔까요.       STEP 6 조물조물 섞어줍니다 고두밥과 밑술을 조물조물 주무르듯이 섞어줍니다. 밑술이 밥에 자작자작 잦아들면 완성이라지요. 한 10분 좀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또 푸념이 시작됩니다. “이제 다 섞인 거 아닌가 ”“이렇게 힘들게 만든술을 남기는 사람은혼꾸멍을 내겠어.” 하지만 첫술 때만큼의 낭패감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한 터라 그렇겠지요. 나날이 성장하는 주모랍니다.       STEP 7 기다리는 중입니다 술독에 안쳐 고무주걱으로 안팎을 정갈하게 매무새합니다. 묻은 것을 그냥 두면 공기 중에 떠다니는 균들이 달라붙어 곰팡이가 슬기 십상이니까요. 면포로 여미고 뚜껑을 덮어 4주간 발효합니다. 발효가 끝나면 광목 주대에 쏟아 붓고 거르면 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요. 걸러낸 술은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두고 앙금을 가라앉힌 뒤 위에 고인 맑은술만 따라내야 비로소 황금주가 완성됩니다. 맑고 영롱한 술이 되려면 3개월은 기다려야 한대요. 술은 참으로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금빛 황금주를 얻는 날, 소소한 안주 몇 가지 차려놓고 세러머니라도 치러야겠습니다. 황금개띠 해 황금주, 함께하실 분 술 맛은 장담 못합니다만.                    

글 : 김미선기자 (<쿠켄> 매거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