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혼술과 전통주 4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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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과 전통주 4

    이번 칼럼의 주제를 고민하다 불쑥 봄을 떠올렸다. ‘곧 봄인데, 봄이라면 낮술이지. 전통주, 혼술, 낮술.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모두 포함해야겠다’ 이렇게 마음 먹었을 때부터 난관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왁자지껄하게 모여서 신나게 마시는 게 잘 어울리는 전통주를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술집과 레스토랑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그런 채로 점심 영업까지 하는 곳을 찾아보려 했더니…. 따스한 봄 햇살이 식탁 위로 차오를 때 창가 자리에 앉아 그윽하게 막걸리를 따르고 홀로 식사를 하는 풍경을 상상했던 나는 생각보다 빈약한 선택지 앞에 좌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술 앞에선 포기보단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전통주를 낮술로, 그것도 혼자서 마시기 위해 열심히 몇 군데를 돌았다.           먼저 떠오르 건 ‘전통주 갤러리’다. 인사동에 있을 때보다 규모나 투어 면에서 월등히 발전한 역삼동 전통주 갤러리에선 매일 1시, 3시, 5시에 5종 전통주 무료 시음이 진행된다. 리스트는 한 달에 한번씩 바뀌기 때문에(이미 12월달까지 시음주 리스트가 다 나와있다) 언제가더라도 꽤 신나게 시음을 할 수 있다. 막걸리, 약주, 증류주, 와인 등 종류도 다양하게 구색이 갖춰져 있어서 점심 먹고 가볍게 들리기도 좋다. 약 20분 간의 전통주에 대한 기본 설명이 포함되어 있는데, 전통주를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도 꽤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나가는 길엔 주변에서 흔하게 살 수 없던 전통주 구입까지 할 수 있으니 전통주 혼술 생활이 더욱 풍만해지는 낮술 코스다. 예약을 미리 하고, 다양한 전통주를 즐겨보겠다는 마음만 챙기면 된다.               반얀트리 호텔의 페스타 다이닝도 전통주 낮술을 홀로 즐기기에 꽤 좋은 공간이다. 날씨가 풀릴수록 페스타 다이닝은 매력을 발산하는데, 층고가 높고 탁 트인 외부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인테리어 덕에 혼술의 정취를 한껏 끌어올릴 수가 있다. 혼자 먹고 있어도 아무도 힐끗힐끗 쳐다보지 않고, 오히려 더 세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호텔 레스토랑의 장점이기도 하고. 특히 점심 시간에는 4만5천원이라는 꽤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시작하는 한식 코스 메뉴가 있는데, 이 코스에 10개 남짓 갖춰져 있는 전통주 리스트에서 한 병을 골라 함께 곁들인다. 공들인 한식 한 상에 입에 착 감기는 전통주 한 잔이면 불그레하게 취해도 기분만큼은 솜사탕처럼 보드라워진다.   언제나 속과 마음 모두 든든하게 낮술을 마실 수 있는 ‘월향’도 놓칠 수 없다. 인근 직장인들이 그득하게 들어찬 광화문 월향에 앉아 솥밥을 퍼 먹으며 술 한잔 곁들이는 재미는 해본 사람들만 안다. 오후의 업무 따윈 내일의 나에게 미루고 점심 시간을 좀 느긋하게 보낼 때의 쾌감이란. 게다가 낮술을 주문할 경우 술값의 50퍼센트를 할인해주는데, 이런 강력한 유혹이라면 모르는 척 넘어갈 수밖에 없다. 전통주 한 병을 혼자서 비우려면 꽤 천천히 음식과 술을 음미하면서 긴 시간 천천히 식사해야 하는데, 그게 또 낮술의 가장 중요한 매력이기도 하다.                    

손기은(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