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봄처녀 두근두근. 두견주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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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손 에디터의 좌충우돌 술 빚기 4탄

봄처녀 두근두근,  두견주

    얼굴을 마주하는 바람이 더는 매섭지 않다. 어깨에 내려앉는 햇살도 한결 따사롭다. 어느새 봄, 며칠 새 노란 개나리가 연분홍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오를 테지. 봄은 꽃의 계절이다. 진달래 하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외할머니를 모신 작은 동산이 온통 연분홍빛으로 뒤덮였던 몽환적 노스탤지어다. 엄마는 봄이면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외할머니 산소를 찾곤 했다. 조화를 새로 갈아 꽂고, 음식을 차리고, 절을 올리고,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 일련의 그리움 의식이 끝나면 진달래꽃을 따 담을 차례였다. 산소에서 돌아오는 길은 으레 주머니 한 가득 진달래꽃이 들어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꽃술을 일일이 떼 낸 다음 소주를 쏟아 부어 술을 담갔다. 고운 분홍빛 술은 귀한 손님상에만 오르며 일 년 내내 봄을 소환하는 촉매가 되곤 했다. 내 어린 날의 봄은 그래서 분홍빛으로 기억된다.   진달래꽃 곱디고운 봄 술 술 빚기에 어렴풋이라도 눈 뜬 지금 되돌아보면, 그 시절 엄마가 담그던 진달래꽃술은 소주에 진달래꽃 향기와 빛깔을 우려내 마시는 일종의 침출주다. 예부터 담가마시던 전통적 진달래꽃술과는 다르다. 진달래꽃은 봄 두견새에 얽힌 중국 설화로 인해 ‘두견화’라고도 불렀는데, 진달래꽃으로 빚은 술을 ‘두견주’라 이름 지은 건 그래서다. 봄을 반기는 마음은 옛 사람들도 다르지 않아서 봄이 완연해지는 삼월삼짇날(음력 3월 3일)이면 꽃놀이를 갔다. 그 무렵 산야는 진달래꽃이 흐드러지는데, 뜯어다가 다 같이 화전을 부쳐 먹고 노래를 부르며 봄을 만끽했단다. 돌아오는 길에는 엄마와 내가 그랬듯이 바구니 가득 진달래꽃이 넘실댔을 테다. 그 꽃을 다듬고 말려 두견주를 담그는 것으로 집집마다의 봄맞이가 시작됐다.   찹쌀 고두밥으로 두 번 발효 봄날의 두견주를 담그는 재료와 방식은 지방마다, 집집마다 다양하다. 봄만 되면 지천으로 피어오르는 진달래꽃에 따로 주인이 있을 수 없으니 신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누구나 양껏 뜯어 솜씨대로, 살림 형편대로 빚어 마셨다는 뜻이다. 여러 제법 가운데 충남 면천 두견주가 대표적이라 꼽히는데, 찹쌀 고두밥으로 밑술을 빚고 다시 찹쌀 고두밥으로 덧술할 때 말린 진달래꽃을 함께 버무려 앉힌다. 면천 두견주는 찹쌀로만 빚은 술 특유의 부드럽게 착 감기는 단맛에 진달래꽃 향취가 은은하게 배어들어 매우 복합적인 풍미를 자랑한다. 맑고 진한 노란색의 술 빛깔도 운치 있다. 꽃에 소주를 부어 담그던 엄마의 진달래꽃술과는 색깔도, 풍미도, 느낌마저도 전혀 다른 술이다. 올봄에는 엄마 두견주보다는 면천 두견주를 담가봐야지. 독한 초록병 소주보다는 부드러운 약주가 진달래꽃의 고운 운치를 더 잘 담아내니까. 어느새 술 좀 빚고, 술 맛 좀 아는 이가 됐으니까.  


  PRE 진달래꽃을 손질해 말리기 진달래꽃은 말려 씁니다. 말리기 전에 독성이 있는 꽃술은 반드시 제거해야 해요. 꽃잎 뒤쪽 꽃받침을 손톱으로 뚝 끊어내면 한꺼번에 쉽게 때 낼 수 있고, 잠시 물에 담갔다 씻어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은 뒤 그늘에서 바짝 말립니다.           STEP 1 밑술: 고두밥, 누룩, 물 섞기 찹쌀 1되를 깨끗이 씻고 하룻밤 불려 고두밥을 짓습니다. 고두밥은 완전히 식혀 누룩 1되와 물 1되를 섞어줍니다. 오! 찹쌀과 누룩, 물 모두 1되씩으로 같네요. 이때 찹쌀 대신 멥쌀을 쓰면 좀 더 드라이한 매력의 두견주가 됩니다.           STEP 2 조물조물 섞어 발효하기 자, 이제 조물조물 섞어줄 차례에요. 술 빚기에서 제일 좋아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손바닥에 알알이 닿는 감촉, 물이 쌀알에 스며들어 다 잦아들 때의 보람을 사랑합니다. 다 된 밑술은 술독에 안쳐 실내에서 7일간 발효합니다.           STEP 3 덧술: 고두밥, 누룩, 물 섞기 면천 두견주는 밑술과 덧술 모두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누룩과 물을 섞어 빚습니다. 다만 덧술은 고두밥 양이 훨씬 많습니다. 밑술 10배인 찹쌀 1말로 고두밥을 지어 식힌 다음 누룩 1되, 물 5되를 섞어 조물조물 주물러 섞어줍니다.           STEP 4 발효한 밑술 넣고 섞기 물이 자작해지면 발효한 밑술을 붓고 잘 섞어줍니다. 이때 밑술 표면에 크고 작은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와 있어야 발효가 잘된 겁니다. 곡물 단맛 대신 신맛이 도는 것도 특징이지요. 저는 아직 적당한 덧술 시기를 가늠하는 게 어렵습니다. 늘 롸이트 타임을 놓치곤 해요.           STEP 5 말린 진달래꽃 버무리기 말린 진달래꽃잎 1홉 가운데 절반만 쏟아 붓고 주걱으로 골고루 섞어줍니다. 술독에 술밑과 꽃잎을 시루떡처럼 켜켜이 안치는 것도 방법입니다. 먼저 방식은 꽃향기가 그윽한 술이 되고, 다음 방식은 빛깔 고운 술을 빚을 수 있습니다.           STEP 6 술독에 안치고 기다리기 술독에 진달래꽃을 섞은 술밑을 안치고 맨 위에 남은 꽃을 덧뿌립니다. 가장자리를 닦아 입구를 밀봉한 다음 실온에서 2주간, 서늘한 곳으로 옮겨 다시 두 달간 발효합니다. 술이 다 익으면 고운체에 걸러 한 달간 숙성한 뒤 위에 뜬 맑은 술을 마십니다.              

글 : 김미선기자 (<쿠켄> 매거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