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혼술과 전통주 5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8-03-14
  • 조회수 5570

전통주 혼술을 하다하다, 이제 인스타그램에 자주 오르내리는 핫한 동네에서도 전통주 혼술이 거뜬하다. 얼굴이 두꺼워져서가 아니라, 그럴 수 있는 집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막 생겨나는 힙한 동네의 젊은 술집들이 전통주를 새로운 술이라고 인식했는지 집집마다 하나 둘 전통주를 술장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는 전통주를 두고 고루하다거나 ‘전통’이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긴하다. 그간 많이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술’이니 트렌디한 술이라고 하는 게 억지스럽지도 않고 말이다.

 

젊은 술집들은 전통주 전문점처럼 줄줄이 긴 주류 리스트를 갖춘 건 아니지만 한 두 가지 소주와 막걸리를 ‘셀렉’해 갖추고 있는 곳도 많고,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 좀 더 가볍고 쉽게 접근하기도 한다. ‘여기는 전통주 주점! 전통주엔 파전에 수육이지!’라는 외침이 이제는 흐려졌고, 가게마다 제각각의 방식대로 전통주를 즐기게 됐다. 전통주도 여러 술 중의 하나처럼 하나의 장르가 된 셈이다.

 

익선동의 ‘반주’는 그 흐름이 명확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좁은 한옥 골목에 총총거리고 들어가면 긴 줄이 서 있는 술집이 여럿인데 그 중 작은 잔에 전통주를 조르륵 따르는 손님이 넘쳐나는 곳이 ‘반주’다. 복순도가, 술 취한 원숭이, 호모 루덴스 같은 막걸리부터 대잎주, 솔송주 같은 약주와 문배주, 이강주 같은 소주까지 착실하게 술 메뉴판이 갖춰져 있다. 육회나 샐러드를 시켜두고 작은 포트와인 잔 같은 와인잔에 전통주를 부어 마실 수 있다. 한옥 천장 아래로 부드러운 조명이 켜지면 타일 무늬 식탁 위의 분위기는 제대로 무르익는다. 두잔 째 마시면 이곳이 파리의 어느 비스트로인지, 익선동의 주점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해방촌의 ‘혼고’는 전통주에 고기를 곁들일 수 있는, 게다가 혼자 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도록 테이블에 ‘1인 화로’를 내주는 곳이다. 일본의 어느 작은 가게에 찾은 것 같은 소담한 기분에 미소가 슬쩍 번지는데 이곳에선 전통주를 잔술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부터는 터지는 행복을 막을 길이 없다. 한산소곡주, 문배술, 솔송주, 이강주 등 소고기 한 점과 딱 어울리는 술들이 선택지로 올라와있다. 한 손에 술 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소고기를 두번씩만 뒤집으면서 식사를 하다보면 시간이 휘리릭 날라간다. 다행히 이 집은 새벽 2시까지 문을 연다. 깊은 밤 전통주에 고기 한 점이 떠오르면 해방촌으로 가야한다.

 

망원동의 ‘복덕방’은 동네 장사 잘 되는 복덕방처럼 막걸리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푸근한 이름에 비해 이 집의 간판과 인테리어는 요즘 힙한 술집의 인테리어 그 자체다. 이 집은 손글씨 가득한 메뉴판을 정독하는 것으로 주문을 시작해야 한다. 주인이 양조장을 돌며 정성스레 고른 막걸리에 어머니가 직접 키운 식재료로 만든 안주를 꾹꾹 눌러쓴 메뉴판을 읽다보면 범상치 않은 막걸리집이란 걸 알 수 있다. 혼자 가면 조금 외로울 있을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인데, 그럴지언정 혼자 찾는 손님을 위해 주인은 친절히 술을 추천한다. 일단 막걸리가 들어가면 혼자서도 즐겁다.

 

 

 

 

 

 

 

 

 

 

 

손기은(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