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 맑은 봄 술 청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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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8-03-19
- 조회수 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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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손 에디터의 좌충우돌 술 빚기 5탄
맑은 봄 술 청명주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계절. 일년 이십사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 청명(淸明)이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15도에 있을 때’ 같은 지구과학적 설명은 잘 모르겠고, 어쨌든 해마다 4월 5~6일 즈음에 든다. 청명 무렵부터 날씨는 말 그대로 맑고 푸르러진다. 기운이 맑고 좋다. 예부터 청명은 손 없는 날이라 하여 산소 돌보기나 집수리처럼 겨우내 미뤄둔 일을 하는 날이었고, 이 무렵 논밭에서는 흙을 고르는 일로 농사일에 슬슬 시동을 걸었다. 갓난 딸이 있는 집에서는 뒤뜰에 나무를 심기도 했다. 시집갈 때 장롱을 만들어줄 요량이었는데, 엄마아빠의 기도가 담긴 ‘내 나무’와 키 재기를 하며 아이는 행복을 꿈꾸며 자랐을 테다.
많이 늦었지만 올 봄에는 나도 ‘내 나무’를 한 그루 스스로 심어볼까 한다. 맑고 푸르른 내일을 기원하며 말이다. 한 뼘 아파트에 사는 처지라, 더욱이 어떤 화분이든 생명력을 앗아버리는 ‘마이너스의 손’이라 진짜 나무는 부담스럽다. 아무리 날 좋은 청명이라도 부지깽이에 싹을 틔울 재주는 내게 없으니. 대신 청명의 맑은 기운을 닮은 술을 빚어 한 해 두 해 숙성시키며 나무 삼아 ‘양육’해보기로 했다. 술은 술독 안에서 오랜 벗처럼 세월의 힘으로 깊고 편안해진다니까. 나의 술 선생님 안진옥 진향우리술연구원장님이 마침 딱 맞는 술을 하나 추천해주셨다. 아닌 게 아니라 진짜 청명에 담가 마시던 술 청명주(淸明酒)다.“백미 서 말을 하얗게 가루로 만들어 정화수 열 말을 넣어 죽을 만들어 차게 식힌다. 여기에 누룩 넉 되 닷 홉에 밀가루 아홉 홉을 넣고 괴거든 참쌀 열 말을 쪄서 합하여 괴거든 쓴다.”
원장님으로부터 사사 받은 청명주는 조선 말엽 조리서 《술 빚는 법》에 따른 레시피다. 밑술과 덧술 모두 찹쌀로만 빚는 대개의 청명주와 달리 밑술을 백미로 담가 조금 더 드라이한 맛의 술이 될 거란다. 취향 저격! 나는 달콤한 술보다 담담하게 다가서면서도 깊은 여운을 주는 술이 좋다. 그렇다고 완전히 드라이한 술이 탄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본디 청명주는 진득하게 단맛으로 마시는 술이니까. 특이하게도 찹쌀을 3일이나 삭히듯이 불려 고두밥을 지어 덧술하는데 청명주 특유의 새큰한 과일 향은 그래서가 아닐까. 물론 초보 주모의 짐작일 뿐이지만. 잘 담근 청명주는 빛깔이 맑고 깨끗하며 달짝지근한 맛에 은은한 과일 향이 감돈단다. 부드럽고 순한 술이다.
올해 청명은 식목일인 4월 5일. 맑고 푸르른 ‘내 나무’ 한 술독 심기에 딱 좋은 날이다.
1 멥쌀 480g은 깨끗이 씻어 하룻밤 불린 뒤 물기를 빼 곱게 가루 냅니다. 2 멥쌀가루를 물 800mL에 개어둡니다. 3 솥에 물 1.8L를 끓이다가 팔팔 끓어오를 때 쌀가루 물을 천천히 부어가며 잘 섞어줍니다. 4 거품기로 멍울을 풀어가며 한소끔 끓여 죽을 쑵니다. 투명한 빛이 돌 때까지 쌀가루를 완전히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5 누룩 170g을 가루 내 밀가루 70g과 섞어줍니다. 6 죽이 차갑게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누룩 밀가루를 섞어줍니다. 마른 가루가 보이지 않고 죽 표면에 윤기가 돌 때까지 충분히 섞어 술독에 앉히고 3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담급니다. 7 발효를 마친 밑술은 고운 체에 부어 걸러줍니다. 8 가라앉혀 위에 고인 맑은 술을 따로 받아둡니다.

9 밑술 담그는 날에 찹쌀 2.4kg을 씻어 물에 담가둡니다. 밑술이 익어가는 3일간 물을 갈지 않고 그대로 삭히듯이 불린 다음, 건져서 고두밥을 짓습니다. 10 정갈하게 닦은 술독에 가라앉힌 밑술을 한 바가지 부어줍니다. 11 갓 지어 뜨거운 고두밥을 위에 담을게요. 12 쉐킷 쉐킷~ 술독에 주걱을 넣어 밑술과 고두밥을 잘 섞어줍니다.

13 밑술을 다시 한 바가지 붓습니다. 14 뜨거운 고두밥도 또 퍼 넣을게요. 그런 다음 밑술을 걸러 따로 떠낸 맑은 술을 모두 부어줍니다. 다시 쉐킷 쉐킷~ 15 남은 고두밥에 남은 밑술을 붓고 조물조물 섞어줍니다. 물기가 잦아들 때까지요. 16 술독에 붓고 휘저은 다음 뚜껑을 덮고 3주 정도 발효한 다음 걸러줍니다. 청명주 완성!

글 : 김미선기자 (<쿠켄> 매거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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