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 혼술과 전통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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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8-03-29
- 조회수 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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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가 이젠 밖에서 좀 열심히 놀아볼까 했더니,미세먼지의 꺼끌꺼끌한 기운이 다시 문밖을 막아서버린 봄이다. 그래서 오늘도 혼자 집에서 전통주를 마셨다. 라면만큼이나 간단한 파스타 한 그릇을 뚝딱 만들고,마시려고 하나씩 쟁여둔 전통주 두 병을 깠다.
이 두병을 하룻밤에 다 마시는 혼술 라이프는 사실 불가능하다.한잔씩 부어 마시고 다시 보관한다. 이렇게 혼자서 천천히 마시다보면 취하는 것보단 ‘맛 보는’ 재미가 더 쾌락적이라는 걸 알게 되고,조금씩 맛 보는 재미를 알아가다보면 집에 다양한 종류의 술을 쟁여두는 욕심에 휩싸이기 시작한다.그래서 찬장 두개 가득 차곡차곡 술을 채우게 되고 급기야 ‘술방’도 만들게 되는데....

오늘 찬장에서 꺼낸 술은 배로 만든 증류주 아락과 매실로 만든 발효주 매실원주다.슈퍼에 갈 때, 와인 숍에 갈때,식재료와 와인 사이에 한 병씩 끼워서 사온 술이다. 아락은 온더락 위스키 잔에30밀리미터 정도 따랐고,매실원주는 집에 있는 가장 작은 와인잔의 1/3 정도를 채웠다.술을 두잔 먼저 준비해두고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 파스타를 만들 준비를 한다.

내게 가장 쉬운 파스타이자 어느 술에나 딱딱 잘 붙는 기본 파스타는 엔초비(한마리 넣고)파슬리(왕창 넣은)파스타다. 만드는 건 간단하다.중식 웍을 하나 꺼내고 작은 프라이팬을 하나 더 꺼낸다. 중식 웍에 물을 가득 채우고 소금 반주먹을 넣고 물을 끓이는 동안 마늘과 샬롯을 썬다.하늘 한쪽을 편으로 4등분하고,샬롯은 잘게 다진다. 파슬리(꼬불꼬불한 것은 절대 사지 말고,고수처럼 생긴 이탈리안 파슬리)도 듬성듬성 썰어둔다.
물이 끓으면 파스타면을 넣고 완성되기 2분 전부터 다른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넣고 약불에 서서히 익힌다.마늘이 익어서 씹으면 뭉그러질 정도의 질감이 되면 다져놓은 샬롯을 왕창 넣는다.이 파스타 맛의 거의 전부는 이 시점에서 완성되는데 충분히 마늘을 익혀야 마늘 향이 올리브 오일에 잘 우러나고,샬롯을 충분히 넣어야 개운하고 달달한 맛이 파스타에 더해진다.
샬롯을 넣고 휘적이다가 엔초비 한마리를 추가한다. 젓가락으로 엔초비를 뭉그러뜨리면서 볶다보면 물에 넣어둔 면의 타이머가 울리고 이때부터 프라이팬의 불을 강하게 올린다.재빠르게 중식 웍에 있던 면을 프라이팬으로 옮기고 마구 토스해준다. 소금 아주 약간, 면수 약간을 더해 마무리하고 물을 끄자마자 썰어둔 파슬리를 올린다.

이제 아락부터 한잔씩 비워나가면서 파스타와 전통주를 즐기는 일만 남았다.아락을 마실 때에는 얼음을 몇 개 넣어도 좋고 매실원주엔 탄산수를 더해도 된다.세상에 마실 술은 많고, 비울 전통주도 많고,혼자서 여유있게 머물 수 있는 집은 그 어느 누구의 집보다 충만하다.

손기은(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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