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혼술과 전통주 7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8-04-11
  • 조회수 6081

 

혼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실 배달 음식만큼 간편한 것이 없다. 오늘은 어떤 술을 마실까 정한 다음, 그 음식과 잘 어울리는 음식을 배달시키면 최대 60분 이내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주안상을 완성할 수 있다.

 

조금 더 부지런하다면 하루 전날 마켓컬리나 헬로 네이처와 같은 온라인 장보기 사이트에 주문을 넣어두고 아침에 물건을 받아 냉장고에 잘 보관했다가 퇴근과 함께 집으로 쏜살같이 날아와 주방 가스렌지에 불을 켜고 요리를 뚝딱 시작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잠 들기 전, 커다란 얼음에 위스키 온더락을 한잔 마시는 간단한 혼술도 있지만, 부지런을 떨어 술상을 차리고 마침내 벼르고 벼른 술 한잔을 넘기는 혼술 밥상도 있다. 이런 주안상을 즐기는 혼술족에게 ‘택배’와 ‘배달’은 최고의 어시스트다.

 


전통주 온라인 판매는 2017년 7월에 시작됐지만 이 축복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사실 몇달되지 않았다. 매일 밤, 혹은 매일 점심시간 각종 앱을 통해 옷이며 생필품이며 간식이며 식재료를 주문했지만, 막상 전통주를 주문하려니 어쩐지 손가락이 휘청휘청 망설여지기만 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술을 온라인으로 주문한다는 사실이 내내 어색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각종 주류박람회며 유통상사며 열심히 돌아다니며 전통주를 구해 마시던 시절이 억울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하룻저녁 즐거운 혼술 시간을 위해 평소 전통주 전문점에서 마시고 기억해뒀던 두 종류의 전통주를 택배로 주문했다. 삼양춘 막걸리는 두 병을 한꺼번에 주문했고, 여포와인농장의 ‘꿈’은 한 병만 주문했다. 냉장고에 잘 보관해두고 적절한 혼술의 시간이 올때까지 저장해뒀다. 실은 마켓컬리에서 주문하고 냉동실에 넣어두는 식재료도 꽤 많은데, 어느 하루 혼술의 욕망과 요리의 욕망이 섬광처럼 파바박 만날 때 혼술 주안상을 차린다.

 

 


삼양춘과 ‘꿈’을 식탁 위에 펼쳐놓고서는 닭다리 정육이 생각났다. 뼈를 발라 살만 얇게 포뜬 것인데 돈까스처럼 넓게 펴서 바삭바삭 구워도 좋고 기름진 살 사이사이 양념이 베이게 졸여도 좋다. 좀 달달하게 요리하고 싶어서 며칠 전에 만들어둔 데리야키 소스를 꺼내 천천히 졸이면서 요리했다.

 

가정집 가스렌지 화력이야 마음먹은 만큼 올라오지 않지만, 마지막엔 최대한 불을 올려 바짝 구워 접시에 담았다. 별 다른 채소 없이 고기 한 점의 맛을 입 안 가득 즐기고 막걸리 한잔으로 기름기를 싹 씻어내고, 또 고기 한 점을 충분히 즐긴 뒤 다시 달큰한 ‘꿈’ 한잔으로 마무리를 했다. 한 접시를 다 비워갈 때 즈음 이제 어떤 전통주를 택배로 주문할지 또 다시 검색을 시작했다. 와인도 맥주도 누릴 수 없는 온라인 주문의 행복을 전통주로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손기은(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