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혼술과 전통주 8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8-04-25
  • 조회수 6178

 

이번 연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유난히 어디서 어떻게 마시는 혼술을 추천 해야할지 긴 고민에 휩싸였다.

그동안 혼자 술 마시러 다녔던 여러 술집 중에서 어떤 집을 골라야 할지 아이폰 속 저장된 사진을 보면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전통주 혼술 장소로 소개하기에 적절하면서도 의미 있는, 작지만 꽉 찬 술집 하나를 떠올렸다.

 

방문했던 그날은 혼자 어두운 망원동을 배회하던 밤이었다. 약속은 한시간 뒤에나 있었고 아이를 재워야 나올 수 있는 오랜 친구와의 만남이라 그 기다림이 싫지는 않았다.

망원동의 작고 귀엽고 힙하고 어딘지 ‘인스타그램’적인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기엔 왠지 좀 고독 하기는 했다.

 

그러다 제대로 된 음식점과 술집 찾아다니길 좋아하는 지인이 언젠가 한번 이야기했던 가게가 떠올랐다.

망원동에서도 한 발짝 떨어져 나온 합정동 골목에 있는 술집. ‘술 그리다’라는 이름이 어딘지 좀 간지럽기는 했지만 늘 믿을만한 추천을 하는 지인이었기에 믿고 가보자는 심정이었다.

 

 

이 술집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겸손해졌다.

그동안 전통주를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전통주를 추천하기도 하고, 심지어 전통주 전문가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가게 한 켠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전통주 벽 앞에서 세상 신기한 것을 바라보는 표정이 나오고 말았다.

 

저건 뭐지, 저런 술도 있었나, 우와, 오호. 저것도 마셔보고 싶고 이것도 마셔보고 싶은 손님들의 마음을 딱 헤아린 듯 이 술집에선 모든 술을 잔술로 마셔볼 수 있다.

 

 

내 입맛에 맞는 술이 뭔지 모를 수 있어 원한다면 몇가지 술을 조금씩 시음해볼 수도 있다.

증류주는 그렇다고 쳐도, 발효주까지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손님 앞에서 주인은 보란 듯이 약주 ‘미담’을 우드득 새로 땄다.

 

이곳에 오면 혼자라도 외로울 새가 없다.

전통주에 대한 애정이 차곡차곡 쌓여 단단하게 다져진 주인이 전통주와 관련된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기 때문이다.

 

 

추천하는 모든 술엔 이유와 이야기가 넘치니 한잔을 마셔도 아쉽지 않았고 두 잔을 마시면 빠르게 행복해졌다.

배가 출출한 이들을 위해 간식처럼 간단한 음식도 판매하는데, 혼자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짜장라면 한 젓가락에 약주 한 모금을 이어가니 '혼술이란 이렇게 스스로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한다는 기쁨이 있었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시간 속에 전통주는 새로운 재미를 주는 익숙한 술이다. 늘 익숙하게 접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새로운 술이다.

 

 

그래서 그동안 몰랐던 전통주의 새로운 얼굴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합정동 ‘술 그리다’에서는 전통주 혼술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다.

혼술 기사 연재는 끝나도 혼술의 행복은 끝날 리가 없다. 제일 좋아하는 초여름 밤바람의 향기가 나를 집에서 끌어낼 때 이곳을 다시 찾아 가야겠다.

 

 

 

 

 

 

 

 

손기은( 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