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김형규 기자의 마시는 여행 (4) - 충북 제천 솔티맥주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9-12-16
  • 조회수 3325

 

 

“물, 보리, 홉, 효모 외에는 아무 것도 넣어선 안 된다.” 1516년 독일 바이에른공국의 빌헬름 4세가 공포한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이다.

대부분 독일 맥주는 지금도 맥주순수령을 준수한다.

과일이나 향신료 등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창의적인 맛을 이끌어내는 수제맥주가 인기를 얻는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왠 구닥다리 같은 규제인가 싶다.

하지만 술도 음식이고 음식의 기본은 재료다. 맥주맛의 본질이 저 네 가지 원료에 있다는 걸 부정하긴 힘들다.

 

 

 

 

 그중에서도 홉과 맥아는 맥주의 향과 맛을 결정하는 핵심 재료다. 안타깝게도 대기업이 만든 국산 맥주는 홉과 맥아를 모두 수입해 쓴다.

‘국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최근 수제맥주 붐이 일면서 전국에 소규모 맥주양조장이 100곳 넘게 성업 중인데, 그 중 일부는 국내산 홉으로 진짜 ‘한국맥주’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충북 제천 솔티맥주가 대표적이다.

 

 

 

 

 솔티맥주는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라는 뜻의 솔티마을 7개 농가가 재배한 홉으로 맥주를 만든다.

2016년부터 13종의 홉을 시험 재배하며 수확량이 많고 기후에 잘 적응한 6종을 추려내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솔티맥주는 국산 맥주보리를 가공한 유기농 맥아를 사용한 맥주도 개발 중이다. 재료의 국산화는 원가 절감과 맥주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

수제맥주 문호를 더 넓힐 수 있는 것이다.

 

 

 

 

 정통 벨기에식 에일 맥주를 지향하는 솔티맥주는 ‘솔티의 봄’(세종) ‘위트 에일’ ‘오리지날 블론드’ ‘벨지안 페일 에일’ ‘IPA’ ‘솔티8’ 등 7종의 맥주를 만들고 있다. 대표 맥주인 솔티8은 일반 IPA보다 홉을 두 배로 넣은 더블 IPA다.

쌉쌀한 맛과 향이 처음부터 치고들어오는 보통의 IPA와 달리 묵직한 씁쓸함이 입 안에서 은근하게 오래 남는다.

솔티8 병 라벨에는 “일본의 노예로 살기보다는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죽는 편이 낫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제천 출신 의병장인 의암 류인석 장군을 기리는 맥주라서 그렇다. 알코올 도수 8도는 의병 봉기에 쓰인 격문 ‘팔(八)도에 고하노라’에 맞춘 것이다.

 

 

 

 

솔티맥주를 만드는 홍성태 대표(53)는 IT업계에서 잘 나가는 프로그래머였다.

외국에서 오래 일하며 맛있는 맥주를 많이 경험했고, 인생 후반전의 도전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맥주를 선택했다.

미국·일본·영국·슬로베니아·벨기에 등 여러 나라의 양조장을 돌며 밑바닥부터 기술을 익혔다.

솔티맥주는 지난 3월 벨기에 국왕 방한 때 청와대 공식 만찬에 솔티8과 ‘오리지날 브라운’을 상에 올리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솔티맥주는 미리 전화(043-646-2337)로 예약하면 1만5000원에 양조장 견학을 할 수 있다.

견학 후에는 양조장에서 갓 만든 맥주도 실컷 마셔볼 수 있다.

 

 

 

 

 기왕 제천까지 가서 올해 개장한 신상 여행지인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빼먹으면 섭섭하다.

청풍면 물태리역에서 출발해 2.3㎞ 떨어진 비봉산 꼭대기에 내리면 충북 제천·충주·단양에 걸친 청풍호를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멀리 월악산부터 대덕산, 당두산 등 병풍처럼 두른 산줄기와 넓게 뻗은 물줄기를 바라보노라면 ‘육지 속 바다’라는 청풍호의 별명이 쉽게 이해가 된다.

 

 

 

경향신문 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