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 김형규 기자의 마시는 여행 (5) 경남 함양 솔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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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0-01-17
- 조회수 3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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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반고을 하면 ‘좌안동 우함양’을 꼽는다. 지도에서 보면 안동이 오른쪽, 함양이 왼쪽에 있다. 뭐가 잘못된 거 아닌가 싶은데, 기준이 달라서 그렇다. 왕조시대의 기준은 항상 임금님이 계신 곳이다. 한양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선 낙동강을 중심으로 왼쪽이 안동이고 오른쪽이 함양 맞다.
우함양은 정확히 하면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을 뜻한다. 조선 성리학 5현으로 꼽히는 일두 정여창의 고향이 개평마을이다. 그 하동 정씨 집안에서 500년 넘게 조상제사 모시고 손님접대 하기 위해 빚어온 술이 있으니 바로 오늘의 주인공 솔송주다.
솔송주는 송순과 솔잎이 들어간다. 두 재료는 술의 향과 맛을 내고 산패를 막는 천연방부제 역할도 한다. 매년 봄 마을 뒷산에서 송순과 솔잎을 따다가 함양에서 난 햅쌀로 술을 빚는다. 6주가량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만든 약주가 바로 솔송주다.
솔송주는 전통주지만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다. 오히려 우아하다고 할까. 잔을 들면 은은한 솔향이 먼저 반기고 마신 뒤엔 코끝에 올라오는 여운이 그윽하다. 솔송주를 증류한 40도짜리 증류주 ‘담솔’은 입안에서 막 굴려도 부드럽고 순하다. 독한 줄 모르고 계속 들이켜게 만드는 전형적인 ‘앉은뱅이술’이다.
담솔은 솔송주를 증류한 뒤 꿀을 약간 넣어 감칠맛을 살리고 2년 이상 숙성해 만든다. 생산 초기 군부대에 납품된 담솔은 재고로 쌓여 박스채 반품됐다. 팔리지 않는다고 술을 버릴 순 없으니 탱크에 넣어 저장했다. 의도치 않은 장기숙성이었다. 알다시피 증류주는 숙성기간이 길수록 맛이 깊어진다. 그렇게 18년 숙성을 거친 담솔은 요즘 ‘솔송주 명품특선’이라는 이름으로 1ℓ들이 한 병에 무려 120만원에 팔린다. 누가 마실까 싶은데 1년에 5~6병이 선물용으로 꾸준히 나간다고 한다.

기품 있는 술맛을 알아본 탓인지 솔송주와 담솔은 문재인 대통령의 설 선물로 간택돼 작년에 국가유공자 등 1만여명에게 전달됐다. 문 대통령은 당선 전 대선후보 신분으로 함양 개평마을을 찾아 솔송주와 담솔을 맛보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2018년 솔송주를 마시러 함양을 찾았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답례 만찬에 솔송주를 올렸다.

솔송주는 지금도 정여창의 16대 손부(손자며느리)인 박흥선 명인(67)이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비법으로 만든다. 박 명인은 재밌게도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한다. 혀끝으로만 술맛을 보고 코로 냄새 맡으며 술을 빚는다고 한다.
박 명인 부부가 거주하는 개평마을 눌재고택 바로 옆 솔송주문화관에서는 시음은 물론 증류주 내리기, 증류주 칵테일 만들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다. 수백년 된 고택이 즐비한 개평마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작년에 진행한 가을여행주간 캠페인 때 ‘누구나 가기 좋은 마을 여행지’로 뽑히기도 했다. <토지>, <다모>, <미스터 선샤인>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 일두고택에서 하룻밤 잠을 자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천천히 산책하다 군자정, 동호정 등 마을에 널린 정자에 쉬어가기도 좋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계서원, 신라시대 최치원이 조성한 상림공원 등 개평마을 인근에도 볼거리가 많다.
경향신문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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