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무더운 여름 밤 우리 술 한 잔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0-07-17
  • 조회수 5787

‘소서’에서 ‘대서’,

무더운 여름 밤 우리 술 한 잔

 

 

 

여름의 절기 중 끄트머리에 자리한 소서와 대서. 태양이 제일 높게 그리고 가장 오래 떠 있는 때인 하지 후에 따라오는 절기다. 흔히들 하지가 제일 더울 것만 같다고들 느끼지만 실은 우리의 절기는 반 보씩 앞 서 있다. 땅의 기운이 하지의 태양을 받아 우리에게 더위를 넘겨주는 때가 소서부터랄까. 소서가 되면서 장마가 지기 시작하고 대서는 이름처럼 찌는 듯한 큰 더위가 절정에 이른다. 

 

 

 

 

 

무더운 여름 밤 무더위에 잠을 못 이루고 뒤척여질 때, 달빛 아래 앉아 향긋한 술 한 잔에 작은 요리를 곁들이면 얼마나 행복할까. 바로 그 잠 못 이루는 밤에 찰떡인 술이 있다. 이름하여 일엽편주(一葉片舟)! 일엽편주는 안동에 자리한 바람도 쉬어 가니 마음도 함께 쉬어 간다는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택의 내림주를 17대 종부의 손으로 빚어 내고 있는 술이다. 예부터 지금까지 깨끗한 물, 깨끗한 공기, 깨끗한 쌀로 자연 발효해 본래 쌀이 가진 아름답고 깊이 있는 향을 살린 술이다. 온도나 습도 등 환경에 따라 어떤 날은 대범하게 열려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수줍게 닫혀 있기도 한다. 정제나 여과 없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성시킨 술이라 그 다양한 맛과 향으로 취흥을 즐길 수 있다.

 

 

 

 

 

 

 

일엽편주는 12도 탁주, 15도 청주, 38도 소주가 있는데 탁주는 청량한 신맛과 쌉싸름하니 끈적임이 없어 경쾌하며 부드럽고 깨끗하게 넘어간다. 열자마자 첫 잔은 젊고 힘찬 맛인데 한 잔 두 잔 기울이다 보면 점점 여운이 길어지는 맛이다. 청주는 엷고 아름다운 황금색으로 복숭아, 배, 사과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한 과실향과 쌀로부터 섬세한 단맛에서 우러나오는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여러가지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어디서도 맡아보지 못한 향긋함을 뿜어낸다. 소주는 상압증류 후 무여과 병입하였는데 도수가 높은 술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와 기품 있는 향이 더해져 시간의 흐름을 즐길 수 있는 술이다.  

 

 

 

 

 

 

농암종택 양조장에서 직접 빚어내고 있는 일엽편주의 이름은 농암 이현보 선생의 어부가에서 따온 이름이다. 퇴계 이황 선생이 농암 선생께 존경과 애정을 담아 써 준 어부가에서 일엽편주라는 글자를 집자해 활판으로 제작해 인쇄하여 병목에 둘렀다. 병을 둘러싸고 있는 그림은 농암종택의 풍광을 사진으로 찍은 후 그림으로 그려 또한 ‘인쇄소 긷’에서 활판으로 제작해 옛 방식으로 한지에 인쇄하였다.

 

 

 

 

 

 

 

 

농암종가의 18대 종부인 권잔디씨가 일엽편주 종택에서 하는 역할은 방문하시는 손님들께 다과상과 함께 한 잔의 술을 내어드리는 것이다. 이 술을 시중에 내어놓게 낸 이유도 누군가의 댁이나 가게에서 오시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한 잔의 고운 술이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일엽편주는 너무나 향긋하여 간이 강하거나 자극적인 요리보다는 달콤하고 향긋한 여름 과일들에 곁들여 먹는 것이 제격이다. 소서가 지나면서 갖은 과일들이 최고의 단 맛과 향을 자랑하는 이 때 어떤 과일이든 좋아하는 과일 한 접시에 일엽편주 한 잔이면 더할 나위 없다. 그래도 특별히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면 좋아하는 여러 가지 여름과일로 화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화채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방식을 추천하다. 먼저 말린 오미자를 잘 씻어 한 번 끓여 식힌 깨끗한 물에 하룻밤 담가 천천히 우려낸 후 꿀로 당도를 조절해 오미자물을 만들어 둔다. 그 물에 좋아하는 과일들을 먹기 좋고 보기 좋은 크기로 썰어 함께 냉장고에 넣어 두 세시간 이상 두어 서로 맛이 잘 어우러지면 작은 그릇에 담아 낸다. 어느 과일로 해도 맛있지만 자몽이나 라임 등 감귤류를 함께 넣어주면 일엽편주랑 잘 어울릴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소서와 대서의 더위에 얼음 한 조각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먹지는 않고 시원한 상상을 하며 시를 쓰며 술 한 잔 놓고 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에어컨도 얼음도 흔한 이 시절에 우리도 에어컨 바람 밑 말고 손 바닥 위에 얼음 한 조각 올려 두고 일엽편주 한 잔에 화채 한 그릇 놓고 더위를 이겨내 봄은 어떨까!

 

 

 

글 이혜진 (옥인다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