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 꽃 잠을 부르는 술, 지리산옛술도가 ‘꽃잠’
-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0-08-28
- 조회수 10327
-
‘꽃잠’은 경남 함양의 지리산옛술도가에서 나오는 탁주 이름이다. 깊이 든 잠을 의미하기도 하고 결혼 후 처음으로 자는 잠을 의미한다. 지리산옛술도가의 주인장에게 막걸리의 이름을 어찌하여 ‘꽃잠’이라 지었는지 물었더니 잠을 잘 자야 삶이 생생하듯, 좋은 술을 마시면 인생이 꽃잠처럼 깊어진다 하여 지은 이름이라 하였다. 그 말을 들으니 호기심이 발동하여 단숨에 한 잔을 털어 넣는 호기를 부리게 되었다.
꽃잠은 우리 쌀과 우리 밀 누룩으로 빚어 10일간 발효·숙성시킨 탁주다. 이 술은 신맛, 단맛, 쓴맛이 조화롭고 발효 중에 자연스럽게 생긴 탄산으로 인해 청량감이 아주 좋다. 복순도가에서 시작된 스파클링 막걸리는 그 저변이 넓어져 최근에는 딸기산소스파클링, 지평양조장의 이랑이랑 등 다양한 스파클링 전통주가 출시되고 있다. 꽃잠도 시류를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술이다. 특히 술을 빚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탄산은 마실 때의 목 넘김도 좋고, 단맛이 적어 반주로 즐기기에도 좋은 술이다.

이미지 출처 : 인스타그램 @mijuga_
나는 음식을 하는 사람이라 술을 마시면 어울리는 안주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여러 술 중에 꽃잠류의 탁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로는 소금을 따라갈 것이 없다. ‘소금 안주라니 ’ 낯설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탁주는 땀을 흘린 후에 마시는 노동주였기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몸은 염분을 원하게 되어있다. 감칠맛을 가지고 있는 굵은소금을 혀 밑에 넣고 술을 털어 넣은 후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면 단맛이 적은 술이 가지고 있는 여러 맛을 누르고 단맛이 서서히 올라온다. 그 맛에 또 한 잔 술을 마시게 된다.
꽃잠을 빚는 송대표에게 소금 안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깜짝 놀라면서 어머니 때부터 사람들에게 알린 안주가 바로 소금이라 하였다. 소금과 고소한 참깨, 소금과 구수한 콩가루, 소금과 매운 고춧가루 등을 안주로 권한다는 것이다. 양조장에 손님이 오시면 술과 함께 소금 안주를 내놓는데,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에게는 고춧가루와 함께 하는 소금 안주를 추천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간장 항아리에서 나온 굵은 장소금을 앞에 놓고 앉아 꽃잠 한 잔을 기울인다. 꽃잠의 새콤하고 터지는 탄산의 맛 뒤로 간장 소금의 짠맛이 미미하던 단맛을 끌어올리고 감칠맛까지 터지게 한다. 더 바랄 게 없는 여름을 마무리하는 술이다. 한 잔 더 마시고 나도 꽃잠 한 번 자야겠다.
글 : 고은정 요리연구가
(제철음식학교 교장/올해의장 추진위원장)
고은정 요리연구가는 지리산 뱀사골의 '맛있는 부엌'에서 제철음식학교를 운영하며 장 담그기, 밥 짓기 등의 교육을 통해 무너진 일상의 끼니를 회복시키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식생활 교육 강사들의 선생님이기도 하며, 음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음식문화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불리는 걸 좋아합니다.
저서로는 『집 주변에서 찾는 음식보약』한국농정(2012), 『장 나와라 뚝딱』한국농정(2015), 『반찬이 필요 없는 밥 한 그릇』세종서적(2016), 『시의적절 약선음식』홍익출판사(2019), 『내가 끓이는 생일 미역국』철수와영희(2020), 『김치도감』현암주니어(2020), 『밥도감』현암주니어(2020)등이 있습니다.
-
이전 글
-
다음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