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스파클링 막걸리, 사람의 마음을 읽다.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0-09-25
  • 조회수 5447

COVID-19사태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물론이고,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감정들은 때론 분노나 원망 혹은 짜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작은 이슈들에도 쉽게 들끓는 것은 사회 전반에 풀지 못한 감정들이 화약처럼 쌓여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디론가 멀리 훌쩍 떠나는 것도, 여럿이 모여 웃고 떠들며 회포를 풀기도 어려운 시절. 사람들은 자연스레 가슴에 쌓여가는 답답함을 풀어줄 무언가를 찾는다. 고구마를 10개쯤 먹은 것 같은 꽉 막힌 속을 뻥 하고 뚫어줄 사이다 같은 것 말이다.

 

과거의 막걸리는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들의 술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반주로 혹은 새참으로 마시면 힘이 나고 기분을 좋게 하는 노동의 동반자였다. 논두렁 나무 그늘에 앉아 대접에 막걸리를 따라 마시던 어른들의 얼굴은 고되면서도 꿋꿋한 땅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런 막걸리에 변화가 찾아왔다. 쌀이 풍족해졌고, 사람들은 힘을 내기 위해서보다는 맛과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다양한 개성의 프리미엄 막걸리들의 등장은 이런 요구가 가져온 자연스러운 변화였는지도 모른다. 부족한 것을 급하게 채우기 보다는, 좋은 것을 천천히 즐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럼 지금과 같은 답답한 시절은 전통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다양한 시도들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스파클링 막걸리의 약진이다. 2012년 핵안보회의 만찬주로도 알려지기 시작한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샴페인 막걸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스파클링 막걸리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복순도가를 필두로, 최근에는 지평이나 배상면주가와 같은 규모가 큰 양조장에서도 스파클링을 막걸리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이미지출처: 인스타그램 복순도가 공식계정 @boksoondaga

 

탄산이 강한 술은 다른 막걸리와 달리 병을 흔들지 않고, 병을 살짝 기울인 채 뚜껑을 세 네번 열었다 닫았다 반복해야 한다. 조금씩 뚜껑을 여닫으면 갇혀 있던 탄산이 솟아오르며 가라앉아 있던 침전물이 피어오르는 모습에 술자리의 시선이 집중된다. 잔에 따르고 나서도 탄산음료처럼 기포가 퐁퐁퐁 올라오는 소리에 눈과 귀가 즐거운 술이다. 스파클링 막걸리를 한모금 입에 머금으면 청량하게 입을 즐겁게 하는 맛과 상쾌한 목 넘김이 기존의 막걸리가 주지 못했던 색다른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술이 탄산의 힘을 빌려 빠르고 경쾌하게 몸에 스며들면,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일상의 무게와 가슴이 답답함이 거품처럼 사라진다. 조금 더 지나 술기운이 돌면 하루 내내 놓지 못했던 긴장의 끈을 잠시 늦추게 된다.

 

스파클링 막걸리가 각광 받는 이유는 기존의 막걸리에서 느끼지 못했던 청량감 때문일 수도 있고, 탄산음료에 익숙한 시대여서 일지도 모른다. 이전처럼 양껏 마시기보다는 가볍게 즐기는 음주문화의 변화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파클링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점점 더해지는 삶의 무게감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에 전염병 시대가 가져온 불안과 답답함을 스파클링 막걸리가 잠시나마 시원하게 풀어주니 자꾸만 더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조금 더 불확실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 속 답답함은 조금 더 커질 확률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스파클링 막걸리의 대두는 시대가 가져온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글 : 김형찬 한의사 / 다연한의원 대표 원장

 

김형찬 한의사는 생각과 생활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믿음으로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진료를 하며 느끼고 생각한 사람과 병, 사회에 관한 이야기들을 ‘동네한의학’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에 연재중입니다.
저서로는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요즘 사람들에게』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