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와 한국와인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0-11-06
  • 조회수 3077

 

 

 

전통주와 한국와인

 

 

 

한국와인이 왜 전통주에 속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와인은 외국에서 들어온 술인데 우리 전통주라고 얘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 질문의 의도이고, 이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면에서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


 

 

전통주라는 개념이 무엇이냐’라는 측면에서 한 가지, ‘와인이 외국에서 들어온 술인가’하는 방면에서 또 한 가지 답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전통주는 ‘전통적인 한국의 방식으로’ 만든 술이라는 개괄적 의미에서 용어를 한정할 수 있지만, 전통주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임을 인지해 주셔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전통주라고 쓰는 단어는 주세법과 전통주산업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과세상 필요에 따라 구분되어 세금의 혜택을 받는 주류를 통칭할 때 쓰는 말입니다. 전통주는 크게 명인들이 만드는 민속주, 그리고 지역특산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지역특산주는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해 지정한, 우리나라 농산물을 주 원료로 사용하여 제조된 술에 지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와인들은 지역의 특산물인 과실(이나 이에 준하는 우리나라 농산물)을 사용해 만들기에 지역특산주로 인정, 전통주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술에서 원재료가 무엇인지,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재료를 쓰는 지는 술의 명칭이나 아이덴티티 지정에 크게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한국의 와인들은 모두 100%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통해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와인생산협회는 한국와인의 정의를 ‘한국의 과실(농산물)을 써서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알콜음료’라고 정의하며 ‘한국와인’과 ‘국산와인’의 개념을 구분 짓고 있습니다. (한국와인과 국산와인이라는 용어의 상이점은 다음 기회에 논하겠습니다)

 

 

두 번째, 와인은 외국에서 들어온 술이지 우리 전통 술이 아니라는 논거의 답변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인정할 만큼 다양한 방식의 양조기술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곡물로 두 번 발효를 통해 집집마다 다양한 형태의 가양주문화를 가진 ‘술 강국’입니다. 이는 식생활, 농업 기반과 아주 밀접하게 술과 술을 만드는 양조기술을 발전시켜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와인은 어떨까요 와인은 외래어지만 근래 거의 표준어로 준용해 사용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이 와인이라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옮기면 정확히 ‘과실주’일까요 아쉽지만 ‘과실주’라는 용어도 주세법상에서는 와인을 포함한, 더 포괄적인 과실을 재료로 하는 술입니다. 짧게 얘기해, 과실즙과 주정(알콜)을 혼합하면 과실주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담금주라고 하는, 소주 등의 알콜(주정)에 과일 등의 열매나 뿌리 등을 침출시켜서 만든 술을 모두 포함합니다.

 

이에 반해 와인은 재료가 되는 과실을 파쇄하여 화학적으로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 주정을 섞은 것이 아닌 과실의 당분을 통해 자체적으로 알콜이 생성된 발효주만으로 한정됩니다. 모든 와인은 과실주이지만 모든 과실주가 와인은 아닙니다. (과실주와 와인의 구분도 기회가 되는대로 따로 논하고자 합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전국 각지에서 나는 과실로 술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주정을 따로 뽑는 증류기술이 발전하기 전부터, 제철과일을 발효시켜 보존성을 보강해 와인으로 만들어 마셨습니다. 곡물로 어렵게 두 번 발효해서 술을 만들어 마신 우리 민족은 전국 각지에서 나는 맛좋은 과일로, 산도도 좋고(신맛이 다소 강하고), 당도도 좋은 과실을 그냥 생과로만 즐기지 않고, 보존성을 더 좋게 하기 위해 발효해 와인으로 만들어 즐겨 먹었을 것이라고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여겨서인지, 문헌과 기록에 언제부터 과실와인을 만들어 먹었는지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와인의 기원은 충렬왕 때 원나라 황제에게서 하사받았다거나 당나라 때 실크로드를 통해 와인이 들어온 적이 있다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용어의 외래성을 떠나 우리 선조들은 주변에서 쉽게 채집할 수 있는 우리 좋은 과일로 와인을 만들어 즐겼으리라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와인이 외국에서 들어 온 외래 술이 아닌, 일찍부터 좋은 과일로 술을 만들어 마셨던 우리 민족 고유의 방식을 가진 술이라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을 만한 ‘전통’주입니다.

 


 

지금의 한국 와인은 전통이라는 옛것을 보완해 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이런 차원에서 한국의 와인들은 전통주를 넘어 ‘한국술’ 혹은 K-Sool이라는 평가가 조금 더 어울릴 듯 합니다. 세계 속에서 다양성을 인정받는 우리 와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글: 최정욱 소믈리에최정욱와인연구소장, 청담 2x2 소믈리에, 오산대학교 겸임교수

최정욱 소믈리에는 최정욱와인연구소 소장으로, 서울 청담에 위치한 투바이투 레스토랑 소믈리에로 활동 중입니다. 와인에 대한 연구를 하며 오산대학교 외식사업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한국와인의 우수성과 대중성을 널리 알리고자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광명동굴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했고, 아시아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을 역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