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 [ 장새별의 한국술 시음기] 청혼 화이트&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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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0-12-01
- 조회수 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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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해도 누군가 특정 한국술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 그거 ”하며 반응했는데 요새는 낯선 이름들이 많이 눈에 띈다. 나의 안테나가 둔해진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최근 1-2년 사이 한국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청혼’도 그중 하나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제이앤제이 브루어리’에서 만든다. 처음 듣는 양조장과 그곳의 술, 직업적으로 반응하면 당장 검색으로 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모았겠지만 술부터 받아들었다.
새로운 술을 시음할 때에는 편견 없이 다가서기 위해 사전 정보를 최대한 차단하는 편이다. 그런데 ‘청혼’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레이블의 친절함 덕분이다. 꽤 자세한 내용들이 눈에 띄게 담겨 있다. ‘청혼 화이트’는 ‘쌀과 누룩으로 빚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탁주’, ‘청혼 블루’는 ‘은은한 감귤향이 나는 깔끔한 약주’. 그리고 산미와 단맛 보디감을 다섯 단계를 기준으로 체크해 놓은 친절함. 나야 허탈했지만, 구매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약주 '청혼 블루'약주부터 맛을 봤다. 냉장고에서 갓 꺼내 마시자 싱거울 정도로 깔끔했다. 온도 탓이었다. 잔 안에서 온도가 조금 더 높아지길 기다렸다가 마셔보니, 그제서야 과숙성한 감귤향이 숨바꼭질하듯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를 반복한다. 그 사이로 올라오는 쌉쌀한 풍미, 술만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을 가벼운 보디감, 반대로 음식을 곁들여도 괜찮을 은은한 단맛을 가지고 있다. 시험삼아 페타 치즈를 곁들여 봤다. 사실 냉장고에 있는 것 중 요리없이 곁들일 수 있는 유일한 품목이라 기대 없이 고른 것인데, 의외로 ‘호불호’ 있을 궁합을 자랑했다. 페타 치즈가 약주 안에 숨겨져 있던 누룩향을 끌어내고, 약주는 페타 치즈의 꼬릿함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다소 매니악한 취향이지만, 주변에 비슷한 입맛을 가진 주당들에게 꼭 한 번 먹여 보리라.
탁주 '청혼 화이트'탁주는 의외로 터프했다. 입 안에 남아있던 페타 치즈의 향기를 모두 지워낼 만큼 존재감이 분명했다. 단맛과 드라이함, 두 가지로만 술 맛을 구분 짓는다면 후자에 가깝다. 자글자글 입 안을 간지럽히는 탄산감이 미세하게 느껴지고, 그 탄산감이 쌉쌀함을 증폭시킨다. 뒷맛은 깔끔하다. 수식어를 모두 거둬낸, 군더더기 없는 직진형 청혼이랄까.

청혼 화이트와 블루는 쌀과 누룩 외에도 한국식품연구원에서 개발한 1번 효모와 8번 효모를 사용했다. 두 효모 모두 과일향을 내는 반면, 1번은 잔당을 많이 남겨 달콤함을 드러내고 8번은 그 반대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흔히 효모를 사용하면 주질의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개성을 드러내기 어렵다고 한다. 이 말에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모두 차치하고 모든 술이 꼭 개성 넘쳐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정말 지친 날에 지인들에게 연락하면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오늘은 피곤한 술 먹고 싶지 않아.” 여기에서 피곤함이란 주로 첫 모금에도 온갖 개성을 드러내는 술, 복합미味가 있는 술들을 말한다. 평소 좋아하던 술도 상황에 따라 피곤한 술이 되기도 하고, 평소 재미없다고 여기는 술들도 어떤 날은 최고의 술이 되기도 한다는 것. 상황에 맞는 좋은 술을 고르기 위해, 오늘도 두루두루 맛보아 두는 것이 최선이다.
글: 장새별 (F&B 전문 에디터)
먹고, 주로 마시는 선천적 애주가다. 블루리본서베이, 식품 신문사를 거쳐 미식 매거진 <바앤다이닝>에서 오래 일했다. 퇴사 후에도 레스토랑과 바를 찾아 다니며 일과 취미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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